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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조용한 동결, 격동의 한 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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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기준 금리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
파월 “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트럼프정책 주시하며 ‘한동안 동결’ 시사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지난 29일(수)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일단 멈추게 됐다.
이번 FOMC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연준이 인하 행보를 멈추고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상해왔다.
이미 지난달 회의에서 발표된 전망에서 대부분 관리들은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몇 번 인하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진전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작년 9월에 발표된 전망에서 4번 인하했던 것을 올해는 2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 연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감 약화
경제매체 CNBC는 이날 연준의 행보에 대해 “연준이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감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회의 후 연준은 성명을 통해 금리를 고정하기로 한 결정의 이유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흘렸는데, 노동 시장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한 반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에 진전을 이루었다는 주요 언급은 빠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중반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급격히 하락했지만, 연준(Fed)의 2% 목표에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에 따르면, 11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식료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전체 물가 변동)은 2.4%로 상승,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2.8%로 유지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올해 6월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ME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2025년 말 기준금리가 약 3.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두 차례 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61%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 성장세는 견조했으며 소비 지출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3%로 예상되며, 이는 이전 전망치 3.2%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이다. 이는 민간 국내 투자 지표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이번 FOMC 회의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구성원에도 변화가 있었다.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진 7명 외에도 올해부터 시카고 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캔자스시티 연은의 제프리 슈미트가 새롭게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나는 정책 조정에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계속 선호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정에 대한 느린 접근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동결 결정 후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고, 노동 시장 상황은 여전히 견고하다”라며 “다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고 말했다.
◈ 트럼프 vs 파월 신경전 본격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금리인하를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연준 비판에 나서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날 처음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지자 2시간 뒤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파월 의장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인플레이션을 멈추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재정적 측면 등에서 미국을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은행 규제에 대해 한 일은 형편없었다”면서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연준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성(gender) 이데올로기, 청정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썼더라면 인플레이션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는 미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리 인하를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면서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많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채권시장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독립성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해도 내년 5월 임기 종료 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그림자 의장’을 임명해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전 레임덕을 만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강력한 금융규제 정책을 주도해온 연준의 마이클 바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은 이달 초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개입은 인사권과 더불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1월 FOMC 회의의 ‘조용한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월가에선 최근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재정적자, 지정학적 위험 문제와 함께 가장 큰 경제 위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추가 인하 회의론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고 부연했다.
◈ 연준, 올해 금리 정책 놓고 신중한 접근
월스트릿 저널(WSJ)는 “연준 관계자들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두 가지 중요한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첫째 현재의 물가 상승률 둔화가 연준이 목표로 하는 2% 인플레이션을 향해 향후 1~2년 내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둘째, 현재의 금리 수준과 금융 환경이 경제 활동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라고 거론했다.
이달 초 공개된 지난 회의록에 따르면, 대다수의 연준 관계자들은 여전히 현재의 금리 정책이 의미 있게 제한적(meaningfully restrictive)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Pimco)의 리처드 클라리다(Richard Clarida) 선임 고문은 올해 경제 활동이 견조하게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짐에 따라 빠르면 봄철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완고(sticky)하게 유지될 경우, 연준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Citigroup)의 네이선 시츠(Nathan Sheet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신중하게 상황을 탐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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