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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녀 가방 속 USB, 혹시 전자담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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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번지는 청소년 니코틴 중독 ... 흡연자 90%, 18세 이전 처음 접해
미국의 ‘담배 엔드게임(Tobacco Endgame)’, 즉 담배사용과 니코틴 중독을 완전히 종식시키려는 국가적 목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이지만,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문제는 전통적인 담배가 아니라, 전자담배(E-Cigarette), 시가릴로(Cigarillo), 물담배(Hookah), 그리고 무연담배(Snus)와 같은 신형 제품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기존 흡연의 대체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를 다시 니코틴 중독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고등학생 4명 중 1명, 즉 약 25%가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담배제품’이 전자담배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트레스 해소나 친구관계 유지의 수단으로 전자담배를 접한 청소년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소년기 흡연은 단순한 ‘호기심’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체 흡연자의 약 90%가 18세 이전에 처음 담배를 접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반대로, 26세가 될 때까지 흡연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평생 담배를 피울 확률이 매우 낮다. 즉, 청소년기의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 니코틴이 들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단순히 수증기를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전자담배 역시 강한 중독성과 폐 손상, 뇌 발달 저해 위험을 지닌다. 최근 연구에서는 전자담배를 시작한 청소년들이 이후 일반 담배나 다른 약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 담배회사의 교묘한 마케팅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보고서에서 “담배회사들이 더 정교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청소년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처럼 TV 광고를 내보내지는 않지만, SNS 시대에 맞게 전략을 바꾼 것이다.
기업들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치권 로비를 펼치고, 동시에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인기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전자담배를 ‘트렌디한 소품’처럼 포장한다.
화려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 ‘쿨한 이미지’를 내세운 광고는 청소년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실제로 일부 전자담배는 립밤이나 USB 메모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흡연의 또 다른 유혹은 전자담배의 맛과 향에서 비롯된다. 딸기, 바닐라, 민트, 초콜릿 같은 향료는 담배 고유의 냄새를 감추고, ‘달콤하고 무해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향료와 감미료는 전자담배의 상업적 성공을 이끈 핵심요소이지만, 동시에 청소년 흡연의 문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학생들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냄새 나지 않는 가벼운 놀이”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담배회사들이 겉으로는 ‘금연 캠페인’을 후원하며 사회공헌 이미지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연정책을 약화시키거나 세금인상, 판매규제 등을 지연시키는 데 자금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청소년 흡연을 막는 척하면서 시장을 다시 키우는 이중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 대화와 교육이 최고의 예방책
전문가들은 청소년 니코틴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는 ‘3단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제품의 제조, 유통, 판매, 마케팅 전 과정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유명인 광고, 영화나 게임 속 간접노출, SNS 이벤트, 브랜드 로고 상품판매 등은 모두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이런 노출을 제한하고, 제품에는 니코틴 함량과 경고문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또한 ‘금연 보조제’로 홍보되는 제품은 실제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정에서의 대화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먼저 전자담배의 위험성을 알고, 자녀와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친구들이 다 하니까 괜찮다”는 식의 사고나 “이건 담배가 아니잖아”라는 오해를 바로잡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 ‘친구와 어울리기’, ‘호기심’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시기에 한 번 중독되면 끊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학교 역시 교육현장에서 흡연 예방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하지 말라’는 금지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니코틴이 뇌 발달과 집중력,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시키는 과학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또한 학생들이 전자담배를 ‘다른 문제’로 생각하지 않도록, 흡연과 음주, 약물사용을 하나의 건강교육 주제로 통합해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You’re the Cure’와 같은 시민 네트워크가 금연정책 강화를 위한 청원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주별 보건당국은 청소년을 위한 금연상담, 앱 기반 프로그램, 또래 지원활동 등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이 확대될수록, 청소년 흡연율은 눈에 띄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 전자담배, 새로운 중독의 문
오늘날 미국의 전통담배 사용률은 역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자담배는 ‘새로운 중독의 문’ 이 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기술과 마케팅을 결합해 청소년 세대를 다시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그 결과 니코틴 중독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나 처벌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예방이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일상 속 ‘베이핑 문화’를 이해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정보를 제공할 때, 청소년은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담배 엔드게임’은 단지 담배를 없애는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를 중독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의 출발점은 가정 안에서의 한 마디 대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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