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기자의 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취소, 유감
페이지 정보
본문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달라스에서 열리지 않았다. 해마다 한인회 주관으로 이어져오던 이 의미 있는 자리가 올해는 행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전격 취소됐다. 달라스한인회는 본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 가지 사유’를 들며 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현장을 직접 찾은 취재진의 질문에 김성한 한인회 회장은, 주달라스 영사출장소 도광헌 소장과 영사들이 한국 대선을 앞두고 이번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했고, 5·18기념재단 달라스 지회 김연 회장 역시 출타를 이유로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듣고도 아쉬움과 의문을 지우기는 어렵다. 몇몇 단체장과 외빈 몇 명의 불참이 중요한 게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광주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동체 안에서 되새기는 상징적 자리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계승하자’는 취지로 199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대한민국 정부 주관 기념행사가 열렸고, 달라스에서도 한인회 주최로 매년 기념식을 진행해 왔다. 누가 오고, 누가 못 온다는 이유로 그 정신을 기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과연 공동체의 대표 단체가 보여줄 태도였는지 되묻게 된다.
실제 일부 지역 동포들은 본지에 연락해 “왜 올해는 5·18 행사가 없느냐”며 당혹감을 나타냈고, “단 몇 명이 모이더라도 그날을 기억하는 자리는 열려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도 있었다. 워싱턴 D.C., 뉴욕, 애틀랜타 등지에서는 올해도 기념식이 열렸고, LA 한인타운에서는 거리문화제가 열려 민주화의 정신을 알렸다. 현지 한인 2세, 3세들이 함께 참여해 그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달라스와 가까운 휴스턴에서도 총영사를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 기념식이 열렸다. 그런데 왜 달라스에서는 그 뜻을 이어가지 못했을까…
기념식의 취지는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태도, 함께 아파하고 의미를 되새기려는 공동체적 의지가 핵심이다. 올해처럼 갈등이 많은 시기에 오히려 이런 기념식이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한 회장은 아무도 나서지 않는 가운데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묵묵히 한인회를 이끌고 있다. 그 헌신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하다. 김성한 회장과 김연 회장이 지난해 기념식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광주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가슴에 새기자.” 그 말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결정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정한 공동체란, 바쁜 일정에도 누군가는 조용히 의미 있는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들로 유지되는 것이다. 5·18 기념식이 취소됐다고 해서 그날의 정신까지 취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신을 지키는 ‘태도’는 분명히 남아야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그날을 함께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