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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막힌 트럼프의 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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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이후 S&P500 지수는 약 10% 하락
트럼프 관세 정책, 임기 내 긍정적 효과 가능성에 회의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강력한 맞상대를 만났다. 바로 주식 시장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기관들을 재편하고, 행정부 권한을 강화했으며, 동맹국과의 관계를 흔들고, 미국의 글로벌 경제 관계를 대대적으로 재구성해왔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시위, 소송, 지지율 하락, 정치적 반발을 야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가 확실히 한발 물러선 유일한 힘은 월스트리트(Wall Street)였다.
다우존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이후 S&P500 지수는 약 10% 하락했으며, 이는 역대 대통령 임기 시작 첫 94일 기준 최악의 성적이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혼란 이후 경제 및 무역 정책을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그는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미국 국채 매도세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자, 며칠 전 도입한 관세 대부분을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발언 수위를 낮췄으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또다시 시장이 흔들리자, 일단 해임 시도는 보류한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러한 급격한 방향 전환이 모두 장기적 전략의 일환이라며, 동맹과 적대국 모두에게 새로운 무역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매번 이러한 변화는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등 보좌진이 정책 고수 시 시장의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무역 정책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경영진들과도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지난 21일(월), 타겟, 월마트, 홈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 경영진들은 대통령에게 관세가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정치 보좌관 데이비드 어번(David Urban)은 “그는 시장을 세상과 금융 세계에 대한 여론의 바로미터로 본다”고 전했다.
어번은 “대통령의 시장에 대한 애정과, 미국 노동자 보호 의지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며,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바로 그 충돌”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관세 정책 ”단기 고통 감수해도 장기 자립이 중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및 고율 관세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미국 경제의 자립과 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 전략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관세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지자들은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장기간 저금리 정책,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요인이 핵심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바이든 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과 에너지 정책 변화가 물가 불안을 심화시켰다는 분석도 지지 논리에 포함된다.
또한 단기적인 물가 상승이나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전략 산업의 자급자족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의약품, 에너지 등 핵심 산업을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세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비용이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을 통해 물가가 다시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고 노동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단순히 수입 물가를 낮추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산업 기반을 자국 내에 구축함으로써 내수 소비와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지지자들은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 질서 재편이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대한 구조적 도전을 의미하며, 이는 고통스럽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글로벌 경제 구조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 비용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산업 주권과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필요 조치라는 평가가 여전히 지지층 사이에서 유효하게 제기되고 있다.
◈ 임기 내 긍정적 효과 가능성에 회의론 확산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그의 임기(2025~2029) 안에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 구조 전환은 수십 년이 걸리는 장기 과제라는 점에서, 임기 4년 안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반도체 생산 공장 하나를 건설하고 운영을 시작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소요되며, 첨단 기술을 보유한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제조업 부활이나 공급망 재편이 단기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책 지속 가능성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미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제·무역 정책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이후 행정부에 의해 철회되거나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보다 온건한 자유무역 노선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처럼 정책이 정권에 따라 쉽게 변경된다면, 관세 정책의 장기 효과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보호무역 강화는 단기적으로 오히려 경기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관세는 수입 제품 가격을 인상시켜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도 둔화되면서, 단기적인 경제 충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반부터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는 임기 말 또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과 시장의 신뢰 역시 관세 정책의 현실적 한계로 꼽힌다. 기업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보호무역 강화는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산업 기반 강화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성과 달성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장기적으로 산업 재건과 경제 자립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재선 임기 안에 그 효과가 가시화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점에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구조의 개편은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고율 관세와 보호무역 중심의 강경 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선 정치적·전략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보가 정치적 유산(legacy)을 남기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강력한 자국 보호 무역체제 구축은 그가 정치적 기반을 다져온 핵심 공약이자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과 정치 철학을 분명히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관세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유한 정책 정체성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단기적인 경제 성과보다 정책적 유산 확보, 차기 정권 견제, 지지층 결집, 그리고 정치 철학의 정당화라는 다층적인 목적을 담고 있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차기 행정부에 정책적 부담을 지우고, 자국 산업 보호라는 기조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정권 교체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공화당 내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도 정치적 기준점을 제시함으로써, 이른바 ‘트럼프주의(Trumpism)’의 유산을 계승할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단일 임기인 대통령의 ‘레거시 정치’이자, 향후 미국 정치 지형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려는 장기 구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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