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비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2,365회 작성일 24-09-06 09:10

본문

박인애 (시인, 수필가)
박인애 (시인, 수필가)

올해도 엘에이 미주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여름문학캠프에 다녀왔다. 캠프 후엔 강사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가는데, 여행지가4대 캐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가보고 싶다 하여 데라고 갔다. 달라스에서 엘에이행 첫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도착하게 되니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다. 체크인이 오후 3시여서 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갈비찜 잘하는 식당에 갔다. 멀어서 포장을 해갈 수도 없고, 혼자 먹을 때마다 갈비찜 좋아하는 딸이 목에 걸렸는데,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식사 후 CGV 영화관에서 조정석이 1 2역을 한 영화 파일럿을 보았다. 나이가 드는지 요즘은 영화를 보다가 병든 닭처럼 졸거나 잔다. 지난번에 인사이드 아웃2’는 시작할 때 잠들어서 끝날 때 일어나는 바람에 딸에게 눈 흘김을 당했다. 영화광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에도 십여 분 졸았으나 다행히 잘 보았다. 주인공이 하이재킹 상황에서 기장을 대신해 비상 착륙에 성공하여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재난 영화임에도 코믹 요소가 가미되어 웃음을 선사했다. 항공기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해서 오래된 외국 영화까지 찾아본다. 최근에 본 영화가 탑건: 매버릭과 하정우 주연의 하이재킹,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이다. 탑건 후편에서 톰 크루즈를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도 늙고 나도 늙었다. 하지만 마음은 청춘이어서 패치가 더덕더덕 붙은 국방색 항공 잠바와 검은색 부츠를 여전히 즐겨 입는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에 탄 사람은 누구일까, 얼마가 있어야 비행기를 타는 걸까, 이담에 어른이 되면 내게도 비행기 탈 기회가 올까 등을 상상하며 부러워했다. 다 쓴 공책이나 신문지를 잘라 종이비행기를 접어 수도 없이 하늘에 날렸다. 국군의 날 행사 때 펼치는 에어쇼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색색의 연기를 뿜으며 묘기를 펼치는 비행기를 보며 비행하는 꿈을 꾸곤 했다.

  미국에 오니 비행기는 에어 버스라고 불릴 만큼 흔한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였다. 비행기를 타고 싶어 했던 꼬마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 어른이 되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와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일이 꼬여 깨진 일이 있었다. 파일럿과 결혼할 팔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업하는 남편이 마일리지를 모아주는 덕분에 누워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비행기를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창가 자리를 예약한다. 가족과 타면 그 자라를 내게 양보한다. 비행기 사진 파일에 새로운 비행기가 추가될 때마다 흐뭇하다. 이번엔 꼬리를 새로 단장한 프런티어 항공(Frontier Airlines)을 찍었다. 옆으로 지나가거나 활주로에 섰을 때 좋은 샷이 나온다. 프런티어는 저가 항공이다. 미국 국내선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모든 기종마다 꼬리에 동물이 그려져 있다. Tail Logo 중에서 Axl the Axolotl, Wylie the Coati, Grace the Oncilla, Hops the Rabbit사진이 추가되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가면 동물 이름을 알 수 있다. 새 동물을 만날 때마다 기쁘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좋다. 핸드폰 사진기 성능이 좋아져서 비행기 창문에서 찍어도 잘 나온다. 터키항공(Turkish Airlines)도 찍었다. 내 눈엔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스피릿 항(Spirit Airlines)이 제일 예쁘다. 노란 비행기를 타면 왠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다.

  화물기도 예쁘다. 주로 공항 끝 쪽에 세워져 있는데, 노랑 빨강 회색 군청으로 꼬리를 단장한 아시아나 항공화물기(Asiana Cargo), 태극마크가 그려진 대한항공 화물(Korean Air Cargo), 미국 대표 항공화물인 UPS 항공, 주황과 군청이 잘 어우러진 FedEx, 꼬리에 박스 모형이 세 개 그려진 룩셈부르크 화물 항공 카고룩스 (cargolux), 미국 화물 항공 ABX Air 등 새로운 비행기를 볼 때마다 보물을 찾은 듯하다. 공항 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차들이 있다. 청소, 음식, 기름, 가방 운반 등 각기 맡은 일이 다르다.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면 정신줄을 다잡게 된다.

  상공에서 다른 비행기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이륙하면 볼일이 거의 없는데,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두 번째다.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상공에서 다른 비행기를 만나면 반갑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도 신기하다. 오만가지 모양의 구름이 앞에서 와서 뒤로 흘러가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늘색과 운하는 가히 아름답다. 상공에서 산과 바다, 추상화와 수묵화를 그려 놓은 듯한 대지를 내려다보면 세상 만물을 지으신 분께 감사하게 된다. 비행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비행기가 좋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비행기 사진을 찍을 때까지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약 2주 전인 11월 14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오로라는 주로 북극과 남극 가까이에서 …
    리빙 2025-11-29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약 2주 전인 11월 14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오로라는 주로 북극과 남극 가까이에서 …
    리빙 2025-11-29 
    텍사스의 가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따스한 가을의 속삭임이 서서히 지나가는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날마다 대지의 푸르름을 그렇게 오래 간직하고픈지 계절의 순리를 거부하던 텍사스의 10월의 날씨는 이제 구름 한 점이 부담스러울 만큼 깨끗한 11월 중순의 도…
    여행 2025-11-22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이제 2025년도 한달을 조금 넘게 남은 시점이다. 가을날…
    회계 2025-11-22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원장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wis…
    리빙 2025-11-22 
    김재일 (Jay Kim) 대표현 텍사스 교육청 (TEA) 컨설팅전직 미국 교육부 (U.S Department of Education) 컨설팅 전직 텍사스 공립학교 교장AI가 공부의 많은 부분을 대신해 주는 시대입니다. 모르는 문제는 바로 물어보고, 글쓰기 초안도 만들어…
    교육 2025-11-22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문학 2025-11-22 
    《 베일리 보험》많은 한인들이 경영하는 세탁소와 얼터레이션 또는 슈리페어비지니스들이 있다. 이들 비지니스는 일종의 서비스 업종으로 다른 업종과 달리 이들 사업체에는 많은 고객들의 의류와 구두등을 맡아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근래에는 비교적 큰 금액의 시설 투…
    부동산 2025-11-15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텍사스의 가을 하늘의 깊은 빛깔을 음미하며 바리바리 여행도구들을 주워담아 배낭을 챙기는 것조차 아쉬울 만큼 맑은 하루입니다. 서둘러 수요일 오후 늦게 일출에 어우러진 물안개를 만나기 위해 전조등을 밝히며 브로큰 보우 호수(Broken Bow La…
    여행 2025-11-15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미국 연방정부의 부분적 셧다운(Shutdown)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진행 중이다. 이번 셧다운은 단순한 공공서비스 중단을 넘어 세금…
    회계 2025-11-15 
    에밀리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버클리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email protected]이제 자녀를 키우는 세대의 중심은 19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부모 로 바뀌고 있는 시점 입니다. 디지…
    교육 2025-11-15 
    역사와 전통의 이상 문학상 주관사가 바뀌고 난 뒤 출간된 2025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나는 지난 6월 서울 방문길에 사왔다. 사실 내가 사보고 싶은 책은 따로 있었는데, 숙소 부근에 있던 양재동 동네서점엘 갔더니, 정말이지 서적이 별로 없었다.그 서점의 매대를 차지하고…
    문학 2025-11-15 
    크리스틴손,의료인 양성 직업학교,DMS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469-605-6035)“CNA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그다음엔 어떤 길이 있을까요?”많은 분들이 첫 자격증 이후, ‘다음 …
    리빙 2025-11-15 
    벌써 가을의 문턱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내려앉아 11월의 시간을 향한 발걸음을 바쁘게 재촉하고 있습니다. 가을이라는 설레는 계절에 우리의 일터를 잠시 탈출하여 곳곳에서 삶을 재 충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쉼이란 것은 삶의 정지라기보다는 도약을 위한 잠시 휴식이란 것을…
    여행 2025-11-08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방정부의 셧다운이 길어지는 상황에 IRS 세출 중단 비상…
    회계 2025-11-0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