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비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2,716회 작성일 24-09-06 09:10

본문

박인애 (시인, 수필가)
박인애 (시인, 수필가)

올해도 엘에이 미주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여름문학캠프에 다녀왔다. 캠프 후엔 강사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가는데, 여행지가4대 캐년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가보고 싶다 하여 데라고 갔다. 달라스에서 엘에이행 첫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시차가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도착하게 되니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다. 체크인이 오후 3시여서 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갈비찜 잘하는 식당에 갔다. 멀어서 포장을 해갈 수도 없고, 혼자 먹을 때마다 갈비찜 좋아하는 딸이 목에 걸렸는데,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식사 후 CGV 영화관에서 조정석이 1 2역을 한 영화 파일럿을 보았다. 나이가 드는지 요즘은 영화를 보다가 병든 닭처럼 졸거나 잔다. 지난번에 인사이드 아웃2’는 시작할 때 잠들어서 끝날 때 일어나는 바람에 딸에게 눈 흘김을 당했다. 영화광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에도 십여 분 졸았으나 다행히 잘 보았다. 주인공이 하이재킹 상황에서 기장을 대신해 비상 착륙에 성공하여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재난 영화임에도 코믹 요소가 가미되어 웃음을 선사했다. 항공기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해서 오래된 외국 영화까지 찾아본다. 최근에 본 영화가 탑건: 매버릭과 하정우 주연의 하이재킹,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이다. 탑건 후편에서 톰 크루즈를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도 늙고 나도 늙었다. 하지만 마음은 청춘이어서 패치가 더덕더덕 붙은 국방색 항공 잠바와 검은색 부츠를 여전히 즐겨 입는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에 탄 사람은 누구일까, 얼마가 있어야 비행기를 타는 걸까, 이담에 어른이 되면 내게도 비행기 탈 기회가 올까 등을 상상하며 부러워했다. 다 쓴 공책이나 신문지를 잘라 종이비행기를 접어 수도 없이 하늘에 날렸다. 국군의 날 행사 때 펼치는 에어쇼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색색의 연기를 뿜으며 묘기를 펼치는 비행기를 보며 비행하는 꿈을 꾸곤 했다.

  미국에 오니 비행기는 에어 버스라고 불릴 만큼 흔한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였다. 비행기를 타고 싶어 했던 꼬마는 비행기를 자주 타는 어른이 되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와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일이 꼬여 깨진 일이 있었다. 파일럿과 결혼할 팔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업하는 남편이 마일리지를 모아주는 덕분에 누워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비행기를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창가 자리를 예약한다. 가족과 타면 그 자라를 내게 양보한다. 비행기 사진 파일에 새로운 비행기가 추가될 때마다 흐뭇하다. 이번엔 꼬리를 새로 단장한 프런티어 항공(Frontier Airlines)을 찍었다. 옆으로 지나가거나 활주로에 섰을 때 좋은 샷이 나온다. 프런티어는 저가 항공이다. 미국 국내선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모든 기종마다 꼬리에 동물이 그려져 있다. Tail Logo 중에서 Axl the Axolotl, Wylie the Coati, Grace the Oncilla, Hops the Rabbit사진이 추가되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가면 동물 이름을 알 수 있다. 새 동물을 만날 때마다 기쁘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좋다. 핸드폰 사진기 성능이 좋아져서 비행기 창문에서 찍어도 잘 나온다. 터키항공(Turkish Airlines)도 찍었다. 내 눈엔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스피릿 항(Spirit Airlines)이 제일 예쁘다. 노란 비행기를 타면 왠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다.

  화물기도 예쁘다. 주로 공항 끝 쪽에 세워져 있는데, 노랑 빨강 회색 군청으로 꼬리를 단장한 아시아나 항공화물기(Asiana Cargo), 태극마크가 그려진 대한항공 화물(Korean Air Cargo), 미국 대표 항공화물인 UPS 항공, 주황과 군청이 잘 어우러진 FedEx, 꼬리에 박스 모형이 세 개 그려진 룩셈부르크 화물 항공 카고룩스 (cargolux), 미국 화물 항공 ABX Air 등 새로운 비행기를 볼 때마다 보물을 찾은 듯하다. 공항 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차들이 있다. 청소, 음식, 기름, 가방 운반 등 각기 맡은 일이 다르다.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면 정신줄을 다잡게 된다.

  상공에서 다른 비행기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이륙하면 볼일이 거의 없는데, 햇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두 번째다.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상공에서 다른 비행기를 만나면 반갑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도 신기하다. 오만가지 모양의 구름이 앞에서 와서 뒤로 흘러가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늘색과 운하는 가히 아름답다. 상공에서 산과 바다, 추상화와 수묵화를 그려 놓은 듯한 대지를 내려다보면 세상 만물을 지으신 분께 감사하게 된다. 비행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비행기가 좋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비행기 사진을 찍을 때까지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은 늘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 초까지 이 주간의 휴가를 잡아놓는다. 마치 알사탕을 아껴 먹으려는 아이처럼, 다른 달에 휴가를 쓰자고 하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말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해피 할리데이란 인사말처럼 이 기…
    문학 2026-01-10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도 세금보고시즌이 지난 6일 IRS의 발표로 시작됐다.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S Corporation을 포함한 모든 비즈네스 세금보고는…
    회계 2026-01-10 
    자동차 보험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지만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용중에는 자동차 관리,수리비용과 보험비용이 가장 큰 비용이다. 그래서 보험료에 관련해서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자주 질문하는 사항들을 몇가지 간추려 보았다.가입자의 주거지역당신이 어디에 사는가? 더 자세히…
    리빙 2026-01-10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이던가? 라는 질문에 고민을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다가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Music Hall에서의 Dallas Musical 시리즈를 문화원의 이벤트로 계획할 때면 어느새 나의 생활이 윈톤…
    여행 2026-01-03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2026년은 십이지신 중 일곱 번째 동물인 말의 해로, 특…
    회계 2026-01-03 
    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Senior Structur…
    리빙 2026-01-03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우리는 습관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특별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저절로 뒤를 향한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늘 분주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분…
    문학 2026-01-03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난자 냉동이 말해주는 시대의 변화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생 설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일, 결혼,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
    교육 2025-12-26 
    <b style="mso-bidi-font-weight: normal">애완견과 집보험뉴질랜드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는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애완동물의 문병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이 병원은 불치병 등으로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
    리빙 2025-12-26 
    겨울의 음악 여행, 흐렸던 하늘 틈 사이로 살며시 비쳐오는 아침햇살의 눈부신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우리 인생의 좋은 글들을 모아 아름다운 선율로 다듬어져 차갑던 가슴을 어루만져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겨울 음악 여행을 만들어 갑니다. 그동안 대중과 수많은 시간을 같이…
    여행 2025-12-26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 동안의 세법 변화와 경제 흐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세금보고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
    회계 2025-12-26 
    Willow Bend Mall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운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기도 하다. 우리가 캐롤톤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몰에는 Macy’s, Dillard's, Neiman Marcus를 중심으로 …
    문학 2025-12-26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지구 밖 환경은 생명체에게 매우 가혹하다. 중력이 없어 걸어 다닐 수도 없고 공기가 없어 숨을 쉴 수도 없다. …
    리빙 2025-12-26 
    오후에 진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잠시 보이더니 저녁을 먹고 난 후 밤새 가을비가 내립니다. 버팔로 내셔널 리버(Buffalo National River) 강가를 끼고 조그만 언덕 위에 설치한 텐트를 밤새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는 마음이 가라앉는 소리입니다. 그리 크지도 …
    여행 2025-12-19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어느덧 12월 마지막장 달력을 남기고, 올해도 이제 고작 …
    회계 2025-12-1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