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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A 팬데믹 지원금 ‘검증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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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의혹 대출 계정 수만 건 동결 … 캘리포니아 한인사회 술렁
텍사스 한인들은 대부분 직접·CPA와 진행해 현실적 리스크 낮아
팬데믹 시기 집행된 각종 공공 지원금이 이제는 사후 검증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수조 달러 규모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재난피해경제대출(EIDL)을 시행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부의 관심은 지원금이 규정대로 사용됐는지, 자격 요건이 충족됐는지로 옮겨졌다.
최근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에서 진행 중인 SBA 팬데믹 대출 단속, 뉴욕 퀸즈 플러싱 지역 한인 어덜트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연방 합동 압수수색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같은 정책 기조 위에 놓여 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집행된 공공 자금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는 흐름이다.
◈팬데믹 당시의 선택, 지금은 책임의 시간
2020년과 2021년,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미국 정부는 빠르게 경제 지원 정책을 펼쳤다. 사업체가 급속히 문을 닫고 매출이 급감하던 시기, SBA의 PPP와 EIDL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숨통을 틔워줬다. 당시에는 서류 요건이 최소화됐고, 긴급성이 우선시됐다. 생존이 최우선이었던 만큼 많은 한인 비즈니스가 지원금을 받았다. 식당, 미용실, 도소매업체 등은 급여와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이 자금을 활용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진정되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연방정부는 지원금의 사후검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때는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해야 했지만,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많은 전문가가 팬데믹 시기의 ‘속도 경쟁’은 끝났으며 이제는 ‘책임 경쟁’의 단계로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캘리포니아, 계정 동결·사기 의혹 확대
캘리포니아는 이러한 사후 검증의 최전선에 서 있다. 최근 연방 당국은 캘리포니아에서 수만 개의 PPP·EIDL 계정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계정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10만 명이 넘는 대출자가 계정 동결 대상으로 분류돼 해당 자금의 사용 내역과 자격 요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방 수사기관은 의심스러운 신청 패턴을 선별해 직접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계정은 신청 당시 제출한 서류와 실제 영업 사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명세서나 매출 자료가 불분명하거나, 임대료 및 운영비 증빙이 부정확한 사례도 있었다. 연방 당국은 이러한 패턴을 포착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설명이 부족할 경우 계정 동결을 유지하거나 추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는 이 같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에는 브로커(대출 대행업자)의 도움을 받아 신청이 이뤄졌던 경우가 많았다. 일부 브로커는 최소한의 서류만을 준비해 대출을 성사시키는 데 집중했으며, 신청자 본인이 정확한 규정을 모르고 진행한 경우도 흔했다. 이러한 구조는 사후 검증 단계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브로커 의존의 함정
전문가들은 브로커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일수록 현재 사후 검증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다. 브로커가 모든 과정을 대행하면서도, 신청자에게 규정 이해를 충분히 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브로커 도움은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신청자의 책임이 남는다”는 것이 연방 감사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SBA의 사후검증은 자동화된 이상 패턴 탐지 시스템과 인간 감사가 결합된 방식으로 이뤄진다. IRS(국세청)의 세금 신고 자료, 은행 거래 내역, 급여 지급 내역 등이 서로 대조되며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 예를 들어 급여가 없는 사업체가 급여비용을 과다하게 신고한 경우, 매출 감소율이 세금 신고와 불일치하는 경우 등이 자동으로 걸러진다. 이러한 경우가 포착되면 연방 당국은 추가 자료를 요구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서류를 제출하라는 통지를 보내고 있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례는 서면 검토 수준에서 해결된다. 자료를 제출하고 설명을 제공하면 해당 계정은 다시 검토돼 정리된다. 그러나 설명이 부족하거나 규정 위반이 명확한 경우, 탕감 취소, 환수, 이자 또는 민사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는 대부분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행정 조치다.
◈형사 전환의 기준과 경계
많은 사람들이 “조사 → 형사 처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형사 사건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며 기준이 매우 명확하다. 형사 수사는 주로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개시된다. 형사로 넘어가는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존재하지 않는 사업체로 대출을 신청했거나, 직원이 없음에도 급여 비용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
•매출 감소율을 고의로 조작했거나, 여러 법인과 명의를 동원해 중복 신청한 경우
•브로커와 공모 정황이 드러난 조직적 사기 패턴
•자금을 명백히 개인 사치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자료 제출 거부나 허위 자료 제출 등 수사 방해 행위
이런 경우 연방 검찰이 직접 개입해 사기, 허위 진술, 자금세탁 등으로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례는 고의성이 아닌 행정 오류, 회계 처리 문제, 서류 누락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민사·행정 절차로 마무리된다.
◈캘리포니아 한인들의 불안
캘리포니아에는 한인 비즈니스가 집중돼 있다. LA, 오렌지카운티,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을 포함해 식당, 마트, 뷰티 업소 등 수많은 한인 사업체가 존재한다. 이 지역은 브로커 산업도 발달해 팬데믹 당시 대출 대행이 활발했다. “서류 준비가 복잡하니까 우리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말에 많은 사업주가 브로커를 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 되짚어보면 서류가 부실하거나 신청자가 직접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구조적 이유로 캘리포니아 한인사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SBA 사후 검증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계정 동결 통보를 받은 사업주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난감함을 토로한다. 일부는 “언제 또 추가 통보가 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한다.
◈텍사스는 왜 상대적으로 안전한가
반면 텍사스 한인사회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텍사스 한인 사업체는 팬데믹 당시 비교적 직접적인 방식으로 대출을 진행했거나, 공인회계사(CPA)의 도움을 받아 신청한 비율이 높았다. CPA는 회계와 세법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규정과 서류 요건을 정확하게 따져가며 신청이 이뤄진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CPA 도움을 받은 경우 SBA와 IRS 자료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신청서 작성부터 자금 사용 내역의 증빙 자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사후 검증 단계에서 불일치 리스크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텍사스 한인 중소기업 운영 구조 자체가 비교적 단순하고 투명하다는 진단도 있다. 가족 비즈니스가 많긴 하지만, 급여·임대료·운영비를 명확히 분리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곳도 많다. 결과적으로 텍사스 한인사회는 SBA 사후 검증의 현실적 리스크가 캘리포니아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닌 점검
전문가들은 반복해서 말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점검과 대비다. 단속이 특정 사람이나 커뮤니티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
지금 해야 할 점검 항목은 사실 간단하다. 신청 당시 자격 요건을 충족했는지, 자금이 정해진 용도로 쓰였는지, 제출한 서류가 실제 상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상의해 자발적 정정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팬데믹 지원금 단속은 끝난 과거가 아니다
팬데믹 지원금 단속은 과거를 들춰내는 복수극이 아니다. 이는 공공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다. 이번 흐름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미래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 체계를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한인사회는 지금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만 위기가 된다. 텍사스 한인사회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차분히 과거 수급 이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이다.
공포는 답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전문가와 협력해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의 준비가 내일의 위험을 줄인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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