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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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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5-12-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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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서울에 자기 소유의 아파트가 있다는 것, 그리고 대기업에서 고속 승진을 하여 부장이 되었고, 예쁜 와이프와 명문대에 들어간 아들이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없는 완벽한 삶이다. 물론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아부를 해야하고, 동료들과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지만, 김부장은 특유의 순발력으로 지금까지 문제없이 회사생활을 잘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김부장은 승진 싸움에서 밀리며, 지방으로 좌천이 되고, 급기야는 사표까지 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후 김부장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게 되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지금껏 인간 김낙수가 아닌 김부장으로만 살면서 다른 사람 평가에 연연하며, 살아남기 위해 우정이나 의리 따위는 저버리고, 가끔은 양심에 어긋난 일도 서슴치 않았던 그는 결국 스스로에게 묻는다. 김부장 너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살았는가를......특히 자신의 분신 같은 서울 자가 아파트를 팔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서울이란 도시에 집이 있다는 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 사는 친구 중에도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는 친구가 있다. 친구부부도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고민이 은퇴연금만 가지고 살기에는 부족하다고 한다. 최소한 삼 사백만은 있어야 생활이 되는데, 연금은 그 정도가 안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친구의 아파트는 서울인데다 값이 올라 아주 고가였다. 그래서 나는 그럼 그걸 팔아서 경기도로 가서 여유 있게 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본인도 그럴 마음이 좀 있지만, 남편과 아들들이 ‘서울 사수’를 외치며 극구 반대를 한다고 했다. 한 번 서울을 벗어나면 다시는 ‘인 서울’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 서울’을 그토록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를 한 번 생각해보았다. 물론 서울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의 중심지으로 여타 지방도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인프라가 잘되어 있다. 그 점은 서울을 한 번 이라도 다녀온 외국인들의 좋은 평에서도 알 수 있다. 나 역시 한국을 방문하면 주로 서울에서 지내다 온다. 도시 곳곳에 이벤트가 넘치고, 한 달을 있어도 심심치 않을 만큼, 가 볼 곳도 많고 교통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방문자 입장에서 잠시 머물다 가기 때문에, 거주민들이 느끼는 서울과 같은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같은 서울이라도 사는 동네에 따라 여건이나 물가도 무척 다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상위 몇 프로가 몰려 산다는 강남엘 가보면, 확실히 물가부터가 다르다. 커피 한 잔에 만원은 기본이고, 백화점에 가보면 십만 원짜리 옷도 찾아보기 힘들다. 평균 국민소득을 보면 아직도 미국이 한참 위인데, 먹고 입는 것은 미국 중산층들보다 훨씬 더 고급지다. 길거리 어디서나 투명한 피부미인들이 즐비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넘친다. 사방에 갤러리가 있고, 많은 뮤지엄에서는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특별전이 연일 열리고, 세계적 거장들의 연주회도 뉴욕 못지않다. 그런데 과연 서울사람들의 몇 프로가 일상에서 이런 혜택을 누리고 사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에 가면, 가끔 친구 집에서 묵을 때가 있는데 친구의 일상을 보면 참 너무 평범해서, 복잡한 것 외에는 서울이란 느낌이 별로 안든다. 여느 주부처럼 밥하고 시장가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가끔 외식도 하고, 드물게 전시회나 영화를 보러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울이란 도시는 시민들에게 중심에서 산다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나오는 태양처럼......   


 요즘은 단체톡에 이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한 <서울 자가에 금융업 다니는 누구> < 부산 자가에 미용실 하는 누구> 식의 프로필이 종종 뜬다. 나 역시 장난삼아 남편을 ‘텍사스 자가에 회사 다니는 박모씨’ 라고 부르며 놀린다. 그러면서 서울과 텍사스 중 어느 곳 자가, 회사생활이 더 나은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편은 ‘자가’도 ‘회사’도 최소한 경쟁, 승진, 비교에서 훨씬 더 자유로운 텍사스가 나은 것 같다고 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성공의 기준을 소유와 과시에서 찾게 되었을까, 비싼 집에서 살고, 높은 직책을 지니고, 자녀가 명문대를 가야만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한 해의 마지막, 나는 문득 몇 년전에 가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옆 오두막집이 생각난다. 가로 3미터 세로 4.6미터인 4,2평짜리 오두막에서 소로우는 불후의 명작 <월든>을 우리에게 남기고 갔다. 그는 최소한의 집에서 인간이 얼마나 최대한 위대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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