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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안녕,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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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TN
문학 댓글 0건 조회 146회 작성일 24-05-1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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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나는 초봄부터 토토가 올여름을 우리와 함께 맞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아니 불행히도 그 예감은  훨씬 전부터 왔다. 

작년 연초에 우리는 토토를 아들에게 맡기고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 사이 토토는 응급실을 다녀왔고, 수의사는 뇌종양을 의심하며, 16살된 노견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고 일렀다. 과연 부모나 다름없는 우리와 한 열흘 떨어져 있었던 토토의 상태는  무척 나빠져 있었다.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해서 아들이 주사기에 죽을 넣어 연명하고 있었고, 걸음걸이도 불안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잠을 못 자니, 수면제까지  처방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토토는 다시 집에 돌아오자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간 토토는 여러 면에서 노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눈은 백내장이 심해 걸을 때마다 자주 벽에 부딪혔으며, 털이 빠지고, 만성적으로 지니고 있던 피부병도 여전했다. 특히 왼쪽 눈 아래는 털이 모두 빠져 살이 그냥 들어나 보기가 흉했는데, 가려운지 걸핏하면 긁어 피가 나곤 했었다. 수의사에게 데려가면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주었는데, 그 약을 복용할 때만 증상이 조금 완화될 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마찬가지였다. 수의사도 토토의 나이를 생각해서인지 선뜻 수술하란 말을 안 했는데,  수술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노견이어서 좋은 예후를 기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젊은 개 라면 수의사는 다른 선택을 권했을 것이다. 그 다른 선택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걸 난 친정올케가 키우던 포메라니언종 초롱이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초롱이는 여덟 살 때 방광암에 걸렸는데, 암치료를 하느라 올케는 자신의 퇴직금 절반을 사용했었다. 당시 난 올케의 결정에,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막상 내가 키우는 개가 그 처지가 되자 생각이 많아졌다. 

사실 토토는 피부종양 제거 수술을 한 두번 받은 경력이 있다. 그런데 받고 나면 그 뿐 다른 곳에 종양이 생기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행히 악성은 아니어서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이발만 해도 피가 나니 언젠가부터 그루밍하는 곳에서도 토토를 받아주지 않았다. 암튼 시츄 종인 토토는 평생 피부병을 고질병으로 안고 산 셈이다.

난 토토를 키우며 사람마다 제각각 성격이 다르듯이 개 또한 마찬가지이며, 건강문제 역시 취약한 부분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토토를 처음 만난 곳은  앤틱 몰 한 켠에  있는 펫샵이었는데  다른 강아지들이 짖고 난리를 치는 가운데, 하얀 털이 복실한 강아지 한 마리가 얌전히 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토토는 처음모습 그대로 순하고 착했다. 남편이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오면서 토토야! 하고 부르면 제일 먼저 달려가 반겨주고 제가 먼저  재롱을 떨거나 주인품에 안기려 드는 여우 짓은 할 줄 몰랐지만, 눈치는 말짱해서 집안분위기가 어색하다 싶으면 남편과 나를 오가며 가만히 곁에 머물러 주면서 다 안다는 눈빛을 보내곤 하였다. 사람과 감정교감을  잘할 뿐더러 오직 주인만 바라보는 충성심은 과연 ‘일편단심 민들레’ 토토를 따라갈 개가 없었다. 

또한 나는 왼 종일 일상을 함께 하다 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들 이름보다  당연히 토토를 더 입에 달고 살았고,착각이지만 토토는 늘 우리와 함께 영원히 같이 살 존재로, 이별을 생각지 못했다.

그런 토토의 상태가 두 달전부터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으며,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거나, 간혹 마당엘 내놓으면 엉뚱한 곳으로 무작정 걸어가 토토를 발견한 이웃들이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뇌종양이 악화되어 치매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제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고, 눈은 거의 실명상태여서 날마다 클리닝을 해주어도 분비물로 인해 엉망이었다. 게다가 피부병은 아무리 약을 써도 나을 기미가 없을뿐더러 저도 견디기가 힘든지 집안의 카펫마다 상처를 문질러 대어서 아침에 눈을 뜨면 토토의 치다꺼리로  하루가 지나갔다. 

그럼에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토토가 점점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수의사의 권고대로 토토를 떠나 보내야 할 때가 왔음을 감지했다.  

이제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데도 난 지금도 집안 어디선가 토토가 툭 튀어 나올 것만 같다. 토토의 흔적을 없애려 토토의 물건을 다 정리해 버렸지만, 집안청소를 하다가 탁자 아래서 굴러 나오는 공만 봐도, 세수를 시켜주었던 수건만 봐도 울컥 한다. 토토가 뛰어놀던 뒷마당엔 민들레가 활짝 피었고, 함께 산책하던 공원엔 초여름의 푸르름이 가득한데 지금 내 곁엔 토토만 없다. 

하지만 토토는 꼭 천국에 갔을 거라 믿는다. 살면서 난 그렇게 착한 생명체를 만나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잘가, 그리운 이름, 토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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