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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또 한 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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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821회 작성일 24-12-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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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시인 / 수필가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세월이 유수와 같다.”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게 한 해였다. 2024년도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발을 맞추다 보니 정신없이 살았다. 얼떨결에 맡아버린 민주평통 간사와 한인회 부회장 직함을 멍에처럼 지고 달려오느라 숨이 턱까지 찰 때가 많았지만, 넘어지지 않고 별 탈 없이 용케도 잘 달려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함께해준 분들 덕분이다. 살면서 아무 조건 없이 함께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이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6.25 참전 용사 기념비 참배로 시작해서 11월에 있었던 코리안 페스티벌까지 2024년은 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평통 4분기 정기 회의는 12월 초에 마쳤고 이번 주말에 있을 한인회 총회를 끝으로 올 한 해 행사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 많은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고 나면 정작 먹고사는 일이 남아 밤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날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일은 거의 뒷전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쉬는 날에는 지친 몸을 밀린 잠으로 충당하느라 종일 잠에 취해 보내야 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날도 많았다. 일 년을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달렸으니 가끔 예고도 없이 엉뚱한 데에 탈이 나기도 해 겁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더 늙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아주 살 맛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을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행복하다. 매년 느끼는 일이지만, 무숙자들이 하루만큼은 맘껏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음식을 들고 다니며 인심 좋은 사람이 되어보는 일은 그 누구한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기쁜 일이다.


유난히 올해가 바빴다고 느껴진 것은 아마 6월에 경남 고성에서 있었던 디카시학술심포지엄과 9월에 있었던 민주평통 미주해외지역회의 참석차 한국을 두 차례나 다녀와서일지도 모른다. 한 달 정도 집을 비웠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큰 수확도 있었다. 디카시학술심포지엄 참석한 계기로 달라스한인회 주최, 한솔문학 주관으로 제1회 한글날 디카시 공모전을 개최해 코리안페스티벌 본무대에서 시상식을 하고 특별 전시를 했던 일이다. 그러므로 K-Pop, K-Food, K-Culture의 코리안페스티벌에서 처음이라 다소 부족했지만, K-Literature를 더한 코리안페스티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공모전은 다음 코리안페스티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때는 올해와 다르게 응모 대상을 달라스 포트워스에만 제안하지 않고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게 열어놓을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안타까운 변고로 오랜 시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1월에 손용상 선생님께서 갑작스레 승천하시고 말았다. 당신은 가끔 우스갯소리로 얼마 남지 않으셨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가실 줄은 몰랐기에 많은 분이 당황했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2019년 6월에 한솔문학 창간호를 시작으로 글로벌 문예지로 9호까지 발간하시고 10호 준비 중에 고인이 되신 것이다. 한솔문학을 사장하면 안 된다는 분들의 의견을 모아 10호를 손용상 선생님 추모집으로 엮어 출간하고 십시일반 여러분이 동참해 해가 가기 전에 출판기념회를 조촐하게 마치게 된 것은 올 한 해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이 아닌가 싶어 뿌듯하다. 멀리서 마다치 않고 달려와 주신 분들도 넘치게 후원의 손길을 보태준 분들도 계신다.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리 험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 누구보다 손용상 선생님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시던 사모님께서 출간된 10호를 손 선생님 묘지 위에 올리고 기뻐하실 손 선생님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은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름 공을 들여서 한 해를 살았다. 곁에서 늘 함께하는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노력했다.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만, 마음만은 늘 한결같이 그러했다.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아니 사랑한 것보다 갑절로 받았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좋은 친구도 만났고 좋은 선배 후배도 생겼다. 성탄절과 새해 인사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걸 보니 아주 행복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귀염둥이 우리 손자 녀석이 오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정오가 되면서 천둥까지 동반하여 쏟아붓고 있다. 모처럼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달려갈 참인데, 이제나저제나 올라오겠다는 큰아이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그래도 비가 그치면 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이제 출발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빗줄기가 많이 순해졌다. 


그동안 아이는 또 많이 자라서 왔다. 빨간 크리스마스 스웨터와 양옆에 주머니가 달린 카고 청바지 차림의 아이는 이제 제법 사내아이티가 났다. 전에 왔을 때와 다르게 쫑알거리는 게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것도 많은가 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개인기도 준비해 왔다. 벌써 많은 것을 익혔다. 머지않아 말문이 터지면 혼을 쏙 빼놓을 것 같아 벌써 긴장된다. 아이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전히 난 할머니 노릇이 서툴다. 


할머니 노릇만 서툰 것이 아닐 것이다. 육십 평생을 살았어도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죽는 그날까지 배워야 할 게 많을 것이다. 부족한 것이 많기에 남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새해에는 더욱 그래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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