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성지 순례 1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4-12-06 09:27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이스탄불의 성지…..


5월에 얼떨결에 예약한 성지순례날이 다가왔다. 시월 말인데도 텍사스 날씨는 여전히 더워, 미리 검색한 튀르키예의 날씨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섭씨 20도라니, 선선한 가을날씨 일 것이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론 추울 것 같아 패딩조끼와 쟈켓을 하나씩 더 챙겼다.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해 비상용 약인 소화제, 진통제, 설사약 등을 약장수처럼 또 잔뜩 넣었다. 멋쟁이 아줌마들은 화장품백이 또 만만찮은 무게를 보태지만, 다행히 난 간단주의여서 선블럭로션과 투웨이 케익만 바르면 되니 그 짐은 많지 않았다. 암튼 바오로사도의 전도여행을 따라가는 성지순례이어서, 여행사대표는 사도행전을 미리 읽고 오라고 했지만, 난 아직 펼치지도 못했고, 나누어 준 여행지에 관한 설명이 들어있는 책자마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지도 한 장  덜렁 가지고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오후 4시반 예정이던 비행시간이 오후 9시반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는 어차피 잠을 잘 계획이니 나쁘지 않았다. 체크 인 수속을 하러  튀르키예 에어라인 창구를 찾아 가니 유독 번잡하기가 이를데 없는데, 고국으로 가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민가방처럼  생긴   큰 가방 서너 개씩을  안고 길게 줄을 지어 서있었다.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저렇게 많이 사가나, 아니면 미국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가 하다가, 문득 197,80년대 미주교포들이 고국방문할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교포들 모습이 딱 저랬다. 미제는 인기가 많았고  한국의 국민소득이 아직 중진국에도 못 미치던 시절이었으니까…….


다음날 이스탄불 도착시간은 거의 오후 4시 반경이었다. 날짜상으로는 이틀이 후딱 가버린 것이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잘 시간이 되었다. 일정 첫날은 새벽5시에 기상을 하게 되었는데, 새벽부터 온 도시가 웅얼거리는  듯해, 깨어보니 이슬람신자들의 기도시간이었다.전 국민 99프로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튀르키예 국민들은 하루 다섯 차례 메카를 향하여 기도를 한다고 한다. 이들이 기도를 하는 장소인   동그란 돔 형태의 모스크는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 남녀 출입구가 다르고 , 건물 앞에 발을 씻기 위한  수도 시설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이방인들의 사도라 불리우는 바오로 사도는 총 세 차례에 걸쳐 광범위한 전도여행을 했다.     그런데   가파도키아을 시작으로 안티오키아, 필라델피아, 데살로니카, 에페소서등  수 많은 소아시아 전도여행지가 튀르키예에 있는 까닭에  우리는 순례의 대부분을 튀르키예에 머물게 되었다. 전 국민 중 크리스챤 비율이 0,2프로도 안되는 튀르키예에  사도 바오로의 많은 유적지가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인데, 그래서인지 성지  순례자 대부분은 거의 미국이나 한국, 유럽에서 온 크리스챤들이었다.


가이드는 젊은 청년으로 나이를 가늠할 길 없었지만, 가이드경력만 20년이라니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적지 설명이나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관해서는 청산유수이다. 육이오때 참전국중 하나였던 튀르키예와 한국은 서로 형제나라라며 가는 곳마다 강조를 해서 웃음을 짓게 했다. 오전에는 이스탄불에 소재한 여러  성당을 탐방했다. 세인트 마리아 둘로페즈와  성모마리아의 탄생벽화가 그려져있는 자궁을 뜻하는 코라성당, 점심을 먹고는 블루모스코와 히포드럼 광장과 그랜드 마켓, 성 소피아와 로마시대때의 지하물 저장 창고 등등 빈틈없는 일정이 착착 진행되었다. 그 유명한 성소피아성당은 내부 공사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술탄이 살았다는 화려한 돌마바으체 궁전을 둘러보고 나니 해가 서산에 걸려있다. 


마지막 코스는 유럽과 튀르키예를 잇는 보스포로스 해협에서 보트를 타는 것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좀 싸늘하기는 했지만, 고대 오스만제국 수도 였던 이스탄불의  전경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라딘의 무대가 될 것만 같은 이 나라에 오다니, 다머스커스로 가던 중 주님을 만나 회심을 한 바오로사도의 전도여행지를 따라 걷게 되었다니, 신자로써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아무튼 왠지  기원전 세기와 2024년이 아주 가깝게 연결된 기분이 들며, 사도 바오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와 함께 하느님나라를 위한 전도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 것만 같다. 내일은 가파도니아로 날아가 기원 전 동굴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새벽에 가파도키아 명물 벌룬을  탈 예정이다. 감사한 하루가 저물어간다.

주: 터키(turkey) 는 국호를 2022년 부터 튀르키예(Turkye)로 바꾸었다. 영어권에서 쓰는 터키라는 단어가 칠면조 혹은 겁쟁이, 패배자를 뜻하는 속어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날아 오레곤의 주도 포트랜드에 도착할 즈음이면 창가 오른쪽으로 오레곤주와 워싱턴 주의 명산들이 눈에 들어 옵니다.하얀 눈으로 정상을 덮고 그 밑으로 길게 띠를 형성한 구름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치 영화 ‘Frozen’을 연상할 만큼 아득한 …
    여행 2025-01-17 
    2025년은 기술 혁신이 전 산업에 걸쳐 심화되고, 그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해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은 기술 변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생산성 향상과 혁신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콘…
    부동산 2025-01-17 
    새해가 밝았다. 한동안 유지해오던 고금리 기조를 지난 한해동안 세차례에 걸쳐 1%에 달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연준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가금리 인하 움직임 뿐만 아니라 장기채권금리의 움직임은 그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지난해 세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
    리빙 2025-01-17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트럼프가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
    회계 2025-01-17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원장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xcelchirodallas@gmail.com2681 MacArthur Blvd suite 103, Lewi…
    리빙 2025-01-17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
    문학 2025-01-17 
    크리스마스 연휴부터 새해까지 작은아들이 있는 오스틴에 머물렀다.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자주가지는 못했는데, 아이가 일년 여에 걸쳐 지은 새집이 완성되었다 하여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이제 서른 중반에 든 아이는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 인지 집 디자인부터 가 딱 혼…
    문학 2025-01-10 
    2025년 새해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여객기 사고 등 다른 나라에서는 30년 동안에 일어날법한 일들이 불과 1달 안에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로 우울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특히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는데 지난 주말에는 공식 환율이 …
    회계 2025-01-10 
    미국의 곳곳을 여행할 때에 계절마다 이어지는 예술인의 축제가 있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 가운데 특별한 자신의 자화상을 투영하는 것에 많은 희열을 안겨다 줍니다. 산타페, 세도나 등,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
    여행 2025-01-10 
    집에서 고용한 사람의 부상과 보상 신문을 읽다보면 가정집의 관리 유지를 위하여 고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제공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집 주인이 법적 보상책임을 떠 맡아야하는 경우를 종종…
    리빙 2025-01-10 
    Hmart이주용차장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갈비는 고기 부위 중 하나로, 갈비뼈와 그 주변의 고기 부분을 의미합니다. 주로 바비큐나 구이 요리에 사용되며, 부드럽고 육즙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기입니다.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보통 양념을 하여…
    리빙 2025-01-10 
    음악과 책과 여행이 어울리는 계절, 이 계절에 지나간 많은 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살며시 나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만 점점 깊어가는 계절의 속내음이 내 가슴속을 품게 하고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이 계절에는 고독이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여행 2025-01-03 
    2025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경제 및 기술 변화, 근무 형태의 전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할…
    부동산 2025-01-03 
    친정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선물로 들고 간 간식들을 좋아하셨다. 그중 몇 가지는 방으로 가져가 숨겨두셨다. 치매 증세 중 하나인 줄 알았지만, 아버지 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간식 봉지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언니가 먼저 사다 놓은 간식 옆에 내 선물이 나란히 놓였다.…
    문학 2025-01-03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지난 한해 특별히 바다건너 고국은 그야말로 더 이상 겪을…
    회계 2025-01-0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