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고대진] 한강, 현기영, 그리고 노벨 문학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1,138회 작성일 24-11-08 09:25

본문

칼럼니스트 고대진
칼럼니스트 고대진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우리 문학이 노벨상을 받았는데 축하해야지! 어디서 만나 축배를 들까?”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날 아침 작가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작가는 해마다 삼 월 일 일이면 정오에 만나 점심을 하면서 ‘대한독립 만세’를 같이 부르는 작가이다. 한국에 머무는 시인이 참가하면 더 좋을 텐데… 하면서 근처 맥도날드에서 한강의 작품 이야기를 시작했다. 5.18과 4.3 에 관한 소설을 쓸 생각을 하다니. 연세대 캠퍼스에 있는 윤동주 시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를 보면서 작가의 자세를 돌아보지 않았을까….


노벨 한림원은 그녀의 5.18에 관한 소설 ‘소년이 온다’와 4.3에 관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한다고 전한 바 있다. 광주에서 5.18을 몸소 겪었던 ㅈ 작가는 시를 통해 그 슬픔을 토로했던 작가라서 감동이 더 한 것 같았다. 제주 출생인 나도 4.3에 대해 여러 번 발표했던 지라 감동이 비슷했다. 


내가 문학을 통해 4.3을 접한 것은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 삼춘’을 통해서이다. 어려서부터 4.3에 관해 많은 말들을 들어왔지만 모두 쉬쉬하며 감추려 했기 때문에 얼마나 큰 비극인지 잘 몰랐다. 동네마다 ‘순이 삼춘’ 비슷하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이 한둘 있었는데 4.3 난리 때 저렇게 되었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 민간인 학살 사건 후 30년이 지난 1978년, 현기영 작가는 소설 <순이 삼촌>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하면서 '제주 4·3 항쟁'을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꺼냈다. 국가권력에 의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정면으로 다룬 이 소설은 소설집으로 출간되면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출간되자마자 작가는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소설은 '금서'로 지정되어 독자를 만날 수 없었다. 다행히 금서가 되기 전에 동생이 사서 간직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 뒤 발표되는 현기영 작가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읽게 되었다. 나와 같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년 선배인 현기영 작가의 소설에는 내가 자라던 곳의 익숙한 풍경이나 마을이 있어서 더욱 가깝게 내게 다가왔다. 특히 2023년에 출간된 가장 격동적인 제주의 현대사를 다룬 장편소설<제주도 우다>를 읽은 후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제주 4.3의 진실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며 함께 분노했다. 


2021년 출간된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한강 작가는 이 책의 출간기념회에서 말한다. “1990년대 후반쯤 제주 바닷가에서 3~4개월 월세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눈부시게 청명한 오전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사건이 실감으로 다가왔다.” 이 할머니도 또 한 분의 <순이 삼춘>이었을 것이다. 참조한 글을 보면 현기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비롯해 열 다섯 개도 넘는 4.3 기록물과 진상 보고서가 있는데 작가가 얼마나 고민하며 역사적인 사실에 접근하려 했는지 알게 된다.


한강 작가는 소설에서 친구 인선이의 목소리를 통해 말한다.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두 주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 천 오백 명이었고, 그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휴전 된 것뿐이었으니까...”


소설은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라고 시작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도 녹지 않는 성근 눈이 쌓이고 있었고 몸도 차가워졌다. 우리가 어떻게 4.3과 작별할 수 있겠는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은 미국에서 가장 늦게 193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좋은 기후 조건과 사시사철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은 곳이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
    여행 2025-09-13 
    에밀리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email protected]새 학기가 시작되며 미국 대학 입시는 본격적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Common App이 열리고 10월부터 EA/ED…
    교육 2025-09-13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엘에이에서 열리는 미주 문학캠프는 미주 문인들의 가장 큰 축제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알라스카, 하와이, 텍사스 등 미 전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모이며, 2박 3일의 캠프와 3일간의 문학여행도 포함된다. 특히 해마다 국내…
    문학 2025-09-13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LG 배터…
    회계 2025-09-13 
    크리스틴손,의료인 양성 직업학교,DMS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469-605-6035)미국 의료 현장은 환자의 치료와 돌봄뿐 아니라, 그 뒤를 받쳐주는 행정과 기록 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제대로 기능할 수…
    리빙 2025-09-13 
    조진석DC, DACBR, RMSKProfessor, Parker UniversityDirector, Radiology Residency Program at Parker UniversityVisiting Fellowship at the Sideny Kimmel Medic…
    리빙 2025-09-06 
    해외여행과 보험달력에 표시 해 놓고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 여행을 떠나면서 여권과 비행기표 그리고 가방을 챙기고 빠트린 것이 없는지 돌아 보면서도 많은 경우 지나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보험이다. 만약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아프다면 여행중에 가방이라도 분실된다면 …
    리빙 2025-09-06 
    분주했던 2025년의 분기점을 지나 모두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며 감동을 가져다 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탐스런 비가 내립니다. 길고도 길었던 한해의 절반이 벌써 지나간다고 하니 뭔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설렘으로 가득합니…
    여행 2025-09-06 
    미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Electric Vehicle, 이하 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른바 EV Credit(전기차 세액공제) 제도인데 이 제도는 전기차 초기 보급을 촉진하고, 소비자…
    회계 2025-09-06 
    한국에 나와있다. 서울이 이렇게 더웠던가. 조그만 양산 그늘을 믿고 주민센터와 은행 일들을 보러 동네를 돌아다닌 날,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목덜미까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찜질방 불한증막에서 나온 듯한 몰골이었다. 마지막에 들렀던 반찬 가게…
    문학 2025-09-06 
    SANG KIM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Senior …
    부동산 2025-09-06 
    축구장을 찾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박찬호와 추신수 덕분에 야구장은 여러 차례 가보았지만, 축구장은 쉽사리 인연이 닿지 않았다. 더구나 한여름의 땡볕 아래 달라스의 경기장을 찾은 것은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경기는 저녁 7시 30분에 시작이었지만, 해가 아직 머…
    문학 2025-08-30 
    테네시주(Tennessee)에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텍사스의 광활한 대지도 아니고 콜로라도의 장엄한 산새도 아니며 뉴욕처럼 인류가 만날 수 있는 화려한 인공미도 아닙니다. 단지 수수하게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일 듯 말 듯하며 아기자기한 산새의 수려함을 가장 …
    여행 2025-08-30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잭슨홀 회의는 와이오밍주에 미국을 대표하는 엘로우스톤 국립…
    회계 2025-08-30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매년 봄,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합격자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SAT나 ACT 시험 정책 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
    교육 2025-08-2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