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과/학/칼/럼] 달력과 시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리빙 댓글 0건 조회 2,419회 작성일 24-10-04 09:10

본문

박우람 교수
박우람 교수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한국에서는 양력 날짜 옆에 음력도 같이 표시해두는 달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의 생신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기일을 음력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고, 특히 한국 최대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이 음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음력은 여전히 필수인 셈이다.

동양 전통에는 양력이 필요 없었을까? 오래전부터 농경 사회를 이루어온 동양은 다른 지역 못지않게 태양의 움직임, 그에 따른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매우 민감했다. 그래서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24절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을 기준으로 대략 15일마다 절기가 찾아온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3월 초에 있고, 10월 초에는 찬이슬이 맺히며 곡식과 과일을 수확한다는 한로를 맞이한다.

24절기는 중국 화북 지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데, 한반도의 기후와 시기적으로 차이가 좀 있다. 예컨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는 8월 7일이나 8일이지만 한국은 이 시기가 여름 중 가장 더운 때라 24절기가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1895년 갑오개혁 때부터 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서양의 태양력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식 발음은 시저) 황제가 이집트를 정복한 뒤 그들의 태양력을 받아들여 사용하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이라고 부른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천문학의 도움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365.25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1년을 365일이나 366일 하나로 고정하면 오차가 누적되므로 4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기로 했다. 우리가 익숙한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2월 29일이 율리우스력에서 시작했다.

당시 종교의 중심이었던 가톨릭 교회에서도 율리우스력을 사용했는데, 부활절 날짜가 춘분에서 조금씩 멀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율리우스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천문학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1년의 길이가 365.2422일 정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월에 하루를 추가하는 윤년의 기준이 다소 복잡해졌다. 어떤 해가 4의 배수이면 윤년이지만 100의 배수이면 윤년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400의 배수면 다시 윤년에 포함한다. 예컨대 2024년은 4의 배수이고 100과 400의 배수는 아니므로 윤년이다. 새 밀레니엄을 시작하는 2000년은 4, 100, 400 모두의 배수이므로 윤년이었다. 새 윤년 기준을 적용한 달력이 바로 그레고리력이다. 당시 가톨릭 교황이었던 그레고리 13세에서 따온 명칭이다.

서기 1582년 10월 4일이 율리우스력이 사용된 마지막 날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은 그레고리력 10월 5일이 아니라 10월 15일이다. 율리우스력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잘못 계산된 10일을 바로 잡기 위해 5일에서 15일로 건너뛰어야 했다.

달력과 더불어 시계도 일류가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역의 시각 기준은 다소 인위적이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을 때를 정오로 규정하는 것인데, 이 방법을 쓰면 가까운 지역 사이에도 다른 시각을 사용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 위에 남북을 잇는 가상의 시간 기준선인 경선을 그어 각도 15도마다 1시간씩을 할당하였다. 한국은 동경 135도 경선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한다. 

경선의 기준은 본초 자오선인데,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난다. 자오선이라는 이름을 뜯어보면, 자(子)시와 오(午)시를 연결하는 선이라는 뜻이다. 즉 12간지로 하루를 나누었을 때 자시와 오시가 지금의 자정과 정오에 해당하고 자오선은 하루의 시간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선이라는 뜻이다.

신기하게도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서양과 비슷하게 동양에서도 그의 절반인 12조각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하루를 10시간으로 나누려는 시도가 있었던 적이 있다. 프랑스 혁명 기간에 하루를 10시간,  1시간을 100분, 1분을 100초로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사용되던 시계도 남아있다. 기존 시간 체계와 많이 달랐고 불편했기 때문에 10여 년 정도 사용되고 폐기되었다.

  

 ddf033aa84d938e0022dc7f053f58e07_1728051127_0417.png 

프랑스 혁명 시대에 사용된 10진법 시계

프랑스에서 10진법 시계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다소 생경하다. 프랑스어로 숫자를 세는 방식은 10진법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88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를 한글로 그대로 바꾸면 4개의 20과 8 (quatre-vingt-huit)이 된다. 20진법에 가까운 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복잡한 숫자 읽기 체계 때문에 시계만큼은 더 단순화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달력과 시계의 발명은 인류사회의 산업발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농경 사회에는 1분 1초의 간격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는 농작물에 변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계절, 달, 주 단위의 계획과 경작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사회는 대량생산이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대량생산을 위해서 공장 노동자들은 같은 시각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하며 심지어 식사시간도 동시에 맞추어야 생산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거나 여가를 즐기고  8시간 잠을 잔다는 개념도 산업화가 인간에게 강요하는 문화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노동 생산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과거보다 현재 인류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가 시간을 더 잘게 쪼개어 알뜰하고 쓰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남기며 수많은 사람들과 이름모를 시선을…
    여행 2025-12-12 
    딜러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 보험 증서 제시를 요청받는다.따라서 새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대부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그렇다면 비즈니스용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용 자동차 보험으로 상업용 자동차 사고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부동산 2025-12-12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나 이민법등 다른분야도 크게 달라졌고 미국 세법또한 크게 변곡점을 맞는 시기다. 2025년 말로 TCJA…
    회계 2025-12-12 
    에밀리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버클리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email protected]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히 높은 내신이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학들은 뛰어난 성적을 …
    교육 2025-12-12 
    크리스틴손,의료인 양성 직업학교,DMS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469-605-6035)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한해동안 DMS Care Training Center에서 공부하신 많은 학생들의 여정이…
    리빙 2025-12-12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서울에 …
    문학 2025-12-12 
    11월이 지나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어서 그런지 텍사스의 단풍은 아직도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잠시 잠시 오색 찬란한 가을의 향기를 우리에게 비…
    여행 2025-12-06 
    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Senior Structur…
    부동산 2025-12-06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던 날의 두근거림은 오래…
    문학 2025-12-06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26년에 예정된 2,00…
    회계 2025-12-06 
    북극이 찬 기단이 북미로 내려오면서 달라스는 예전의 시간을 되찾은 듯 연일 쌀쌀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온기를 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비록 우리의 온기를 다 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과 마음을 같이하…
    여행 2025-11-29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숫자가 바뀌자, 오래된 질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하버드대가 발표한 2029학번 신입생 구성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시아계 학생 비율의 급증이다.…
    교육 2025-11-29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불이익 자동차 충돌 사고의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경험하게 된다.첫째, 상대방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상대방 보험에서 자동차의 피해를 깨끗하게 수리…
    리빙 2025-11-29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최근 미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를 알리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의 성…
    회계 2025-11-29 
    교수님과 안국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로 옆이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인데, 규모가 작으니 둘러보고 가라고 권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운현궁이 빠져있었다. 한국에 살 때 그 앞을 수없이 지나갔음에도 비껴갔던 거다. 그제야 김동인의 『운…
    문학 2025-11-2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