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한솔문학, 변신을 꿈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3,043회 작성일 24-09-13 09:07

본문

김미희 시인 / 수필가
김미희 시인 / 수필가

 드디어 <한솔문학> 10호가 발간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 작은 문예지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을 담고 있는지 생각하니, 그동안의 복잡했던 마음이 차차 가라앉는 듯했다. 처음에 <한솔문학>을 맡게 되었을 때의 부담감이 다시 떠오른다. 손용상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내가 과연 이 책을 잘 이끌어갈 자격이 있는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계속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때마다 격려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출판 작업은 예상보다도 더 길고 세심한 과정을 요구했다. 원고들을 교정할 때마다 손용상 선생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나 얼마 안 남았어.” 선생님께서 가끔 하셨던 이 말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 말씀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이 책의 무게를 더욱 실감했다. 출판사 대표님은 너무 꼼꼼하게 교정을 보는 나를 보고 이제 그만하라고 웃으며 말리셨다. 그만큼 나는 완벽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큰 압박감을 주었다.


  지난 주말, 나는 사모님과 함께 손용상 선생님의 묘소를 찾아갔다. 손에 들고 있던 <한솔문학> 10호를 내려놓자, 사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셨다. “당신이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사모님의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차올랐다. 선생님의 유지가 이어져 이렇게 또 한 권의 문예지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5년 전, 손용상 선생님께서 처음 나에게 <한솔문학> 창간을 제안하셨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한솔문학>을 발간하셨고, 결국 9호까지 세상에 내놓으셨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선생님은 가끔씩 만나 뵐 때마다 <한솔문학>의 미래를 걱정하셨다. “내가 얼마 안 남았어.” 그 말씀을 듣고도 나는 선생님께서 몇 년은 더 해내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빨리 찾아왔고,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 선생님을 추모하며 <한솔문학>을 맡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과연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많은 분들의 추모 글이 도착하면서 점차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향한 깊은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며칠 전, 사모님께서 다시 전화를 주셨다. “선생님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셨다는 걸 느껴요.” 사모님의 목소리는 떨렸고, 나 또한 그 마음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 실린 여러 사람들의 추모 글을 읽은 선생님의 가족들이 한결같이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그 글 속에서, 가족들은 선생님께서 성치 않은 몸으로 몇 년 동안 책을 발간하시며 얼마나 많은 노고를 감수하셨는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비록 그동안 이 일이 돈이 되지 않았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까지 하며 진행해 온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이 전해지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손용상 선생님께서는 항상 “수채화를 그리듯 깨끗한 도화지 위에 좋은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떠나시고 나서 <한솔문학>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여러 필자와 독자들의 마음이 모여 가능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의지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2019년 6월, “본향과 타향을 잇는 징검다리 문예지”라는 슬로건 아래 출발한 <한솔문학>은 잠시 멈췄지만, 손용상 선생님의 부재 속에서도 다시 그 걸음을 이어가게 되었다. LA, 뉴욕, 달라스를 잇는 북미 문학 공동체의 연결점이 되겠다는 선생님의 뜻을 기리며,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이번 10호는 손용상 선생님이 생전에 받으신 원고들과 선생님의 추모 글을 엮어 만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솔문학>은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본향과 타향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넘어, ‘K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진심으로 격려해 주시고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물리학은 우주의 물질세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 설명해준다. 물리학 이전의 인류는 주술과 미신에 기댈 수밖…
    리빙 2026-01-23 
    호수로 가는 길가의 도토리 나무엔 빈 둥지, 빈 도토리 깎지, 빈 가지… 온통 빈 것뿐이다. 나무 아래 쌓인 도토리 열매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뚫어 놓은 구멍들이 확연히 보인다. 어미는 그 속에 알을 낳은 후 가지를 입으로 잘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열매 속에서 부화한 …
    문학 2026-01-23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을 마무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개인소득세 준비사항과 주요 변경 내용미국 국세청(IRS)은 2026년 1월 26일부터 2025년도 개인소…
    회계 2026-01-23 
    ‘러시모어(Rushmore)’와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숨길 수 없는 역사와 이어지는 수많은 갈등, 오랜 세월의 시간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야할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곳, 이러한 고민이 있기에 미국의 역사는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고 …
    여행 2026-01-23 
    보험회사와 보험에이전트 자동차나 주택보험 외에도 보험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보험회사가 없으면 국가 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보험회사는 은행 및 증권회사 등과 함께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
    리빙 2026-01-23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미국에서 명문대학이라 하면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같은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입시 과정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조차 이들 학교의 위상을 알고 있을 …
    교육 2026-01-23 
    내 마음에 그려놓은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 있어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의 아침은 새벽녘 투명한 물방울이 대지를 적시고 그 위를 보석처럼 찬란하게 비치는 태양과 같이 찬란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곳을 살아가던 원주민들이 만들어 놓았던 수많은 문명을 잊어버…
    여행 2026-01-17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새해 경제지표를 대변하는 다우를 포함한 3대 주가지수가 1…
    회계 2026-01-17 
    엑셀 카이로프로틱김창훈원장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email protected] MacArthur Blvd suite 103, Lewis…
    리빙 2026-01-17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
    문학 2026-01-17 
    미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주에는 대통령의 도시로 알려진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그렇지만 한적한 이곳에선 두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적은 인구 7만5천명이 거주하는 래피드 시티(Rapid City)가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
    여행 2026-01-10 
    크리스틴손,의료인 양성 직업학교,DMS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469-605-6035)Medical Assistant(MA)가 열어주는 새로운 길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 번쯤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일해보고…
    리빙 2026-01-10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은 늘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 초까지 이 주간의 휴가를 잡아놓는다. 마치 알사탕을 아껴 먹으려는 아이처럼, 다른 달에 휴가를 쓰자고 하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말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해피 할리데이란 인사말처럼 이 기…
    문학 2026-01-10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도 세금보고시즌이 지난 6일 IRS의 발표로 시작됐다.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S Corporation을 포함한 모든 비즈네스 세금보고는…
    회계 2026-01-10 
    자동차 보험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지만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용중에는 자동차 관리,수리비용과 보험비용이 가장 큰 비용이다. 그래서 보험료에 관련해서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자주 질문하는 사항들을 몇가지 간추려 보았다.가입자의 주거지역당신이 어디에 사는가? 더 자세히…
    리빙 2026-01-1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