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서 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문학 댓글 0건 조회 2,150회 작성일 24-07-19 14:45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아크로 폴리스의 중심부인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져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5세기 경에 델로스동맹의 수장 페리 클래스가 페르시아 침략을 물리친 기념으로 건립했는데,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파르테논은 ‘처녀의 집’이란 뜻으로 여신관들이 머물던 곳의 이름이라고도 한다. 일명 배흘림 기둥이라는 도리아식 기둥이 양쪽 끝에 8개, 측면에 17개 세워져 있어 총 25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전으로 올라가기 전 초입에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다. 현대의 대형경기장과 흡사한 이 극장은 기원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룡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희극을 공연했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잔인한 검투사경기를 보기위해 콜로세움을 세운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데, 이는 두 나라의 통치방식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 해가 뜨기 전에 입장해서 붐비지 않았는데, 그래도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룹으로 가이드투어를 하는 것이 눈에 많이 뜨였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높이가 자그마치 10피트가 넘는다. 초기에는 신전이었다가 나중엔 마리아 성당으로, 오스만터어키가 지배했을때는 모스크로, 그 후엔 창고로 사용되는 등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 1호로 지정되어 복원이 계속되고 있다. 신전 건너편에는 아담하고 귀여운 니케신전이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사 나이키의 상호가 이 신전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정식명칭은 아테나 니케 신전인데 지혜를 뜻하는 아테나 여신의 별명이 니케라고 한다. 니케는 헬라어로 승리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영어로 나이키(nike)가 되었다.  

오전 10시가 넘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다행히 우리는 지중해 햇살이 따갑기 전에 신전을  내려와 아크로 폴리스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엔 파르테논 신전과 관련된 조각이나 부조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신전 벽에는 신화속 인물들이나 당시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사라진 것들이 많아 재현해 놓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신과 시민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개성이 강하고 다이내믹해서, 당장이라도 부조속에서 튀어나와 자신들의 서사를 풀 것만 같았다. 

오후엔 마켓을 돌면서 하는 식도락 투어를 했다. 그리스 정통 음식을 시장을 돌며 맛보게 해주는 투어였는데, 한 여섯명 되는 인원을 가이드가 데리고 다니며, 음식을 소개하고 시식을 하게 한다. 그리스인이 아침으로 먹는다는 도우가 아주 얇은 치킨파이, 염소우유로 만든 각종 치즈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앤초비가 들어간 살라드나 수블라키 등이 그것이다. 가이드는 그리스 사람들의 모임엔 음식이 없으면, 모임이 아니라며  자국민의 음식사랑을  은근히 자랑했다. 그 말에  우리 코리안 들도 못지 않다고 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은 확실히 한식이 트렌드 이긴 하다. 젊은 층과 좀 산다 하는 외국인들 치고 한식을 모르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이니, 참 우리 식문화의 위상이 바뀐 걸 실감하게 되며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푸드 투어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내에서나 지중해 섬 여행을 할 때  비슷한 음식을 먹을 기회가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이 정식 밀이 아니라 샘플 수준으로 나오니, 약간 미흡한 느낌도 들었다. 아무튼 아테네는 어디를 가든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사실 그리스는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이다. 과거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던 무역이나 해운업은 빛을 잃은 지 오래 이고,  침체된 경제로 유럽에서는 좀 못사는 나라에 속한다. 2008년에 IMF 사태를 겪으며 유로존을 탈퇴했고 디폴트선언과 함께 몇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회생했으나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이 저조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택시를 타면 같은 거리인데도 택시 운전사 마다 다른 가격을 부르고, 가까운 거리를 일부러 돌아서 가며 바가지 요금을 씌우기도 한다. 구글 맵으로 보면 거리가 뻔히 나오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이다 싶으면, 택시 미터기를 켜지 않고 운전을 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호텔 데스크에 택시를 미리 예약 해 놓으니 그럴 위험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자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관광지주변의 인프라는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었다. 가격이 좀 비싸서 그렇지 아테네 시내에는 한국식당도 두 세 군데 있다. 주문을 하면 밥과 김치는 따로 계산을 하는데, 아무래도 관광지여서 그런 것 같았다. 

해가 지자 우리는  리카비토스 언덕으로 올라갔다. 아테네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 위 전경은 그야말로 근사했다. 작은 예배당이 있고, 보석처럼 빛나는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그날 와인과 함께 먹었던 버섯 리조또와 무차카가  아테네 최고의 음식이었다. 식사후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도시는 소란했던 낮과 달리 밤의 정적속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남기며 수많은 사람들과 이름모를 시선을…
    여행 2025-12-12 
    딜러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 보험 증서 제시를 요청받는다.따라서 새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대부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그렇다면 비즈니스용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용 자동차 보험으로 상업용 자동차 사고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부동산 2025-12-12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나 이민법등 다른분야도 크게 달라졌고 미국 세법또한 크게 변곡점을 맞는 시기다. 2025년 말로 TCJA…
    회계 2025-12-12 
    에밀리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버클리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email protected]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히 높은 내신이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학들은 뛰어난 성적을 …
    교육 2025-12-12 
    크리스틴손,의료인 양성 직업학교,DMS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469-605-6035)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한해동안 DMS Care Training Center에서 공부하신 많은 학생들의 여정이…
    리빙 2025-12-12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서울에 …
    문학 2025-12-12 
    11월이 지나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어서 그런지 텍사스의 단풍은 아직도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잠시 잠시 오색 찬란한 가을의 향기를 우리에게 비…
    여행 2025-12-06 
    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Senior Structur…
    부동산 2025-12-06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던 날의 두근거림은 오래…
    문학 2025-12-06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26년에 예정된 2,00…
    회계 2025-12-06 
    북극이 찬 기단이 북미로 내려오면서 달라스는 예전의 시간을 되찾은 듯 연일 쌀쌀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온기를 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비록 우리의 온기를 다 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과 마음을 같이하…
    여행 2025-11-29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숫자가 바뀌자, 오래된 질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하버드대가 발표한 2029학번 신입생 구성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시아계 학생 비율의 급증이다.…
    교육 2025-11-29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불이익 자동차 충돌 사고의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경험하게 된다.첫째, 상대방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상대방 보험에서 자동차의 피해를 깨끗하게 수리…
    리빙 2025-11-29 
    서윤교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email protected]최근 미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를 알리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의 성…
    회계 2025-11-29 
    교수님과 안국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로 옆이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인데, 규모가 작으니 둘러보고 가라고 권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운현궁이 빠져있었다. 한국에 살 때 그 앞을 수없이 지나갔음에도 비껴갔던 거다. 그제야 김동인의 『운…
    문학 2025-11-29 

검색